내가 일하는 수목장에는 4천여 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 중에는 아픈 나무도 많고 죽은 나무들도 많다. 아픈 나무들의 고객 상담 기록들을 살펴보면, 항의와 고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중에서는 회사의 실수도 있으며 고객의 무리한 요구도 있다.
오늘 찾아온 고객은 부서장을 매우 난감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0지역의 000 나무 진료기록 찾아봐. 빨리! 빨리!'
부서장은 다급하게 나에게 지시했다.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서 진료 기록을 찾아보았다.
작년에 이식을 한 나무로 잎마름병에 걸려서 잎끝이 마르고 왜소한 나무였다. 그래도 올해 건강을 찾을 듯한 나무였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던 나무였다.
그런데, 다른 직원이 그 나무의 작년에 있던 자세한 스토리를 알려주었다. 회사의 실수로 멀쩡한 나무를 교체했었던 것이다. 그때 그 고객은 회사의 실수와 잘못을 추궁하여 법적 책임을 요구해서, 부서장이 매우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각서와 법률적 서류가 오고 갔으니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매우 컸을 것이다.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가 모셔진 수목장에 왔는데, 나무의 상태가 안좋으니 항의를 하려 오신 것이었다.
실수로 나무를 교체 하였는데, 그 나무가 아프기 까지 하니 얼마나 화가 날 것인가. 갑자기 머리 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어찌하라, 있는 그대로 병환과 상태를 설명하였다. 설명이 부족하였는지 수목장으로 같이 가보자고 한다.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직접 보면서 설명하는게 나을 듯 해서 같이 올라갔다.
수목장을 가는 깊은 가파르지는 않지만, 연세가 많으신 분은 힘들어하시는 분이 꽤나 계신다. 그 고객은 어머니를 보살피며 천천히 올라갔다. 함께 올라 가는 도중에 현재 병명과 상황을 천천히 설명하면서 도착을 하였다.
도착을 하고 어머님께서는 걱정과 우려를 하면서 나무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물어보셨고, 이해가 안되셨는지 몇번을 더 물으셨다. 그때마다, 나무앞에서 다시 천천히 손으로 짚어 가면서 다시 설명을 드렸다.
우려와 걱정, 슬픔 때문인지 계속된 질문을 하셨고 똑같은 답변을 여러번 하였지만, 그 질문은 잘 살펴달라는 부탁으로 느껴졌다. 수목장 나무에 남편분이 모셔져 있었기에, 그 나무가 죽어가는 듯 해서 매우 슬프셨을 것이다.
주차장까지 모셔다 드리며, 인사를 드리니 아드님이 감사 인사를 하였다.
'저희 어머니 말씀을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분은 진상고객이 아니라,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고 싶어서 회사에 항의하고 약속을 받아냈던 효자일 뿐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으로 항의와 요구를 하신 것이니, 진상이라는 단어로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수목장 나무는 고인을 모시면서 그 안에 유족의 마음도 같이 담기게 된다. 나무만 치료하는 나무의사가 아닌 유족의 마음마저 보살펴 줄 수 있는 나무의사가 되도록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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